티스토리 툴바

나는 부재중

2010/01/10 18:51
전화가 울렸다. 따르릉 따르릉. 전화를 받을까 말까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. 전화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. 검은손이 나의 손목을 부여잡았다. 하나 둘 셋. 검은 손에 셋. 나는 전화를 받지 못했다. 울리던 전화벨 소리가 뚝 그쳤다. 전화기의 자동응답 초록색 램프가 점등된다. '나는 지금 여기에 없습니다.' 간결한 자동응답 맨트가 흘러나온다. 나는 이곳에 없다. 있지만 없다. 없으면서도 있기도 하다. 하지만 나는 지금 이곳에 없다. 전화기 넘어 저 멀리에서 목소리가 흘러들어 나왔다. '언제 돌아와?' 친근한 목소리다. 내 목소리처럼 친근한. 나는 이곳에 있어. 하지만 나는 이곳에 없어. 언제 돌아올 수 있을까. 언제 내 목소리로 내게 말할 수 있을까. 알 수 없다. 나는 이곳에 있지만 언제나 처럼 부재중이다. 나는 부재중이다. 나는 이곳에 없으니까. 수화기를 들어 내 목소리처럼 낯익은 나와 이야기 할 수 없다. 언제 돌아와? 매아리처럼 울리는 내 목소리처럼 낯익은 나와 나는 언제쯤 이야기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. 나는 부재중이다.